프로젝트 좋아하는 일 찾기/1_과거 탐험편

4.문과가 공대생이랑 수학으로 싸우면?[편입 프로젝트]_좋아하는 일 찾기

마리프 2021. 12. 9. 19:22

문과 출신이었던 제가 공대로 편입하게 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너무 길어져 적당히 생략했습니다. 

[문과생이 품은 공대의 꿈] 

 전 문과 출신입니다. 수포자였습니다. 게다가 모의고사도 점수가 낮아서 내신관리에 목숨 걸었었기 때문에 내신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학의 전공과 적성이 영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과 활동에 더 적극적이었습니다(댄스 커버 편 참고). 당시 사귀던 분이 계셨습니다. 데이트 후 매일 밤 집까지 데려다 드렸습니다. 평소처럼 데려다 드리던 어느 날 그분이 저한테 질문을 하셨습니다. “너는 꿈이 뭐야?” 저는 반사적으로 대답했습니다 “나 연구원이 되고 싶어(재난영화에서 본 그런 연구원, 재난영화 섭렵 편 참고)” 문과 출신에 수포자가 무슨 소리하는 거야라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고등학교 시절 재난영화를 섭렵했었던 내 안에 그런 꿈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서 군대를 가게되었는데 타이밍도 좋지 않아서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김일성 사망을 다 겪게 됩니다. 이때 느낀 것은, 내가 진짜 전쟁나 죽어도 자연스러운 시기구나…생각보다 죽음이라는 게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죽기 전에 나도 뭔가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역 후 저는 바로 복학하지 않고 1년 간 갭을 두게 됩니다. 적성과 맞지 않는 전공을 다시 공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일단 생활을 위해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그곳은 국내에서 꽤 높은 레벨에 속하는 대학근처의 분식집이었습니다. 대부분이 손님들이 그 대학에 다니는 학생분들이셨고, 식사하시는 동안에도 서로 전공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자극받아 최종적으로 다짐을 하게 됩니다.  “죽기 전에 도전해서 연구원이 되겠다는 꿈을 이뤄보자, 나 같은 놈도 노력해서 운명을 바꿔보자 “고.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하다]
 지금 가능한 방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현재 대학 1학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옴. 복학하면 2학년). 일단은 전공을 이과로 바꿔야 합니다. 
  
  1. 수능을 준비해서 다시 대학에 간다 
  2. 현재 대학에서 전과를 노린다.
  3. 다른 대학에서 3학년부터 시작할 수 있는 편입학 제도를 노린다.    

먼저 1번을 선택하게 되면, 애초에 수능 공부 못했고, 공부해야 할 과목 수가 많고, 운 좋아 바로 성공하더라도 지금 이미 다닌 1년이 반드시 손실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포기했습니다. 2번에 대해 알아본 결과, 전과제도는 있으나 문과 > 공대 교차 전과는, 원하는 과에서는 불가능한 상황. 3번밖에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럼 이어서 3. 편입학을 위해서 필요한 것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영어, 수학을 보고, 전공면접이 있거나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나름 문과생이었기 때문에 영어는 좀 했습니다. 편입영어단어가 상당히 난해했지만 문법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에 대해서는 단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수학에 올 투자를 하게 됩니다. 수학…시작하기 직전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포자였던 놈이 공대생들이랑 수학으로 싸워야 한다” 어처구니가 없는 싸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치열하게 노력해보고 원하는 것을 직접 손에 넣어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편입수학 인터넷 강의가 있었기 때문에 그걸 바이블로 여기면서 정말 열심히 보면서 수학에 매진했습니다. 또 복학을 해야 했기 때문에 복학해서 학과 수업 들으면서, 시간 날 때마다 도서관에서 수학을 공부했습니다. 제가 당시 다닌 대학교는 문, 이과가 아예 나누어진 학교입니다. 주위는 모두 문과생인데 저 혼자 거기서 미적분을 풀고 있는 게 참 웃기다고 생각해 혼자 큭큭 거리기도 했습니다.
 

[괴로움과 행복은 한 끗?]

 너무나 외로운 싸움이었습니다. 괴로웠습니다. 주위 아무도 내 고생을 알아주지 못합니다. 괴로운 기억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제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았다고 기억하고는, 이 좋아하는 일 찾기 프로젝트에서는 제외하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생각해보니 제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공부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공부하는 동안은, 제가 마치 이미 공대생이 된 것처럼 상상하며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자 제가 이미 합격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거 실패해도 나한테 남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입니다. 수학 점수가 정말 많이 올랐었습니다. 비록 편입이라는 관문에는 떨어질지 몰라도, 가장 못했던 것을 노력으로 이만큼 올려본 경험이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다른 것에 도전하면 이용해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열하게 도전해봤던 거 그 자체가 제 자산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프로젝트가 프로젝트를 낳고]
 불행하게도(?)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하여 정말로 공대생이 되었습니다. 전공은 공학부 화학계열입니다. 겨우겨우 손에 넣은, 꿈만 같은 기회였습니다. 저 같은 놈이 무려 공대생이 되다니… 물론 입학 후에도 졸업까지 쉴 새 없이 공부만 하게 됩니다…만 참 행복하게 공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편입한 이 대학을 다닐 시기에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이후로는 그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